describug
← 배경지식

「AI가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AI로 할 수 있는 것」

「AI가 못한다」가 사실은 「내가 아직 못한다」일 때가 있습니다. 그 경계는 만들어 봐야 보입니다.

AI도구 만들기

Summary

과제
AI 모델의 한계와 내 활용 능력의 한계가 구별되지 않는다. 같은 모델로 남은 이미 해내고 있을지 모른다.
수단
만들어 보는 수밖에 없다. 안 쓰게 된 앱도 다음 앱의 재료가 된다.

DETAILED DESCRIPTION

출근길에 유튜브를 틀어 뒀습니다. 서울대학교 채널 「샤로잡다 시즌2」에 올라온 코딩도 과제도 AI가 다 하는 시대, 컴공에서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편입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이재욱 교수가 나옵니다.

6분 15초쯤에 그래프가 하나 뜹니다. [Fig. 1 — AI 활용 격차]닫기 ✕AI 모델의 역량 곡선은 가파르게 오르는데 AI 활용 능력 곡선은 완만하게 올라, 시간이 갈수록 둘 사이가 벌어지는 개념도Fig. 1 — AI 활용 격차

「AI 활용 격차」라고 부릅니다. AI가 이론적으로 할 수 있는 최고 수준과, 사람이나 기업이 일상 업무에서 실제로 쓰는 수준 사이의 격차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벌어집니다. (원 그림을 보고 다시 그렸습니다.)

그리고 6분 52초에 그래서 뭘 해야 하는지가 나옵니다.

AI를 잘 쓰기 위해 알아야 하는 것
1) AI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2) AI가 할 수 없는 게 무엇인가

그런데 그 앎은 어디서 오나

17분 43초, 비전공자에게 하는 조언 대목입니다. 교수가 「감」을 두 가지로 나눠서 말합니다.

그런 것들을 여러 번 하시다 보면 AI 툴이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들에 대한 감도 생기고
내가 이런 문제를 어떻게 AI를 이용해서 풀 수 있을지에 대한 그런 감도 좀 생길 것이기 때문에

한 문장에 두 가지가 들어 있는데, 앞머리가 둘 다에 걸립니다. 「여러 번 하시다 보면」입니다.

6분 52초의 카드는 「알아야 하는 것」이라고 적혀 있어서 배워서 아는 것처럼 읽힙니다. 그런데 그 앎이 어디서 오느냐면 해 보는 데서 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AI가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서는 안 생겼습니다. 제 일에 직접 시켜 보고서야 조금씩 감이 왔습니다. 어디까지 맡기면 되고 어디서부터 내가 봐야 하는지, 어떤 일은 시켜 놓으면 그럴듯한 거짓말이 돌아오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남의 이야기로 짐작은 되는데, 짐작과 감은 다르더군요.

그리고 둘째가 하나 더 붙어 있습니다. 내가 이 문제를 AI로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앞의 감은 AI가 어떤 도구인지를 알려 주지만, 내가 뭘 만들 수 있을지를 정하는 건 뒤의 감입니다.

그런데 둘이 순서대로 쌓이는 건 아니었습니다. 돌아갑니다. 만들면서 AI가 뭘 할 수 있는지 알게 되고, 그게 제 경험과 섞여 내가 뭘 할 수 있는지가 되고, 그걸로 또 새로운 걸 만들고, 거기서 AI가 뭘 할 수 있는지를 또 알게 됩니다.

「AI가 못한다」고 말할 때

「그건 아직 AI가 못 해요.」 자주 듣는 말이고, 저도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Fig. 1을 다시 보면 이 문장이 흔들립니다.

곡선이 둘입니다. 제가 부딪힌 벽이 위쪽 곡선(모델이 할 수 있는 데까지)인지 아래쪽 곡선(내가 시킬 수 있는 데까지)인지, 벽에 부딪힌 그 순간에는 구별이 안 됩니다. 둘 다 똑같이 「안 되네」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 둘 사이가 벌어진다는 게 그 그래프의 요지라면, 아래쪽일 확률이 갈수록 높아집니다. 제가 「AI가 못한다」고 결론 내린 그 일을, 같은 모델을 쓰는 누군가는 이미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모델이 부족한 게 아니라 제가 못 꺼낸 것이고요.

이건 밖에서 확인이 안 됩니다. 물어볼 데가 없고, 벤치마크에도 안 나옵니다. 내 쪽 곡선이 지금 어디쯤인지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남는 방법은 하나뿐이었습니다. 또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만든 만큼 압니다

사건 관리를 엑셀로 하던 때 기한 관리 앱을 만들었습니다. 그때는 AI로 뭘 할 수 있는지 아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만들고 나니 뭔가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Fig. 2 — 앱이 앱을 낳은 자리]닫기 ✕엑셀에서 기한 관리 앱으로, 거기서 두 갈래로 갈라져 위쪽은 기재불비 검토에서 워드 추적을 알고 청구범위 비교로, 거기서 fin·hlz 파일을 알고 docx2patent로 이어지고, 아래쪽은 배포를 알아보다 club313으로, 자산과 갤러리를 넣어 보고 가족 자산 트래커로, 여러 사람이 다르게 보는 화면을 구현해 보고 이유식 기록 앱으로 이어지는 계보Fig. 2 — 앱이 앱을 낳은 자리

그다음이 기재불비 검토였습니다. 여기서 워드의 추적 기능으로 수정 사항을 표시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앎이 청구범위 비교로 이어졌고, 거기서 .fin·.hlz 제출파일을 읽을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거기서 docx2patent가 나왔습니다.

아래 갈래는 이렇습니다. 기한 관리 앱을 어떻게 배포하나 알아보다가 모임 앱 club313을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자산 트래커와 갤러리를 넣어 보고 가족 자산 트래커를 만들었습니다. 이 두 앱에서 나 혼자 쓰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로그인해 같은 화면을 다르게 보는 것을 구현해 봤고, 그게 이유식 기록 앱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유식 앱은 AWS를 썼습니다.

그림에서 화살표 위에 붙은 말들이 핵심입니다. 저건 만들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입니다. 그리고 하나를 알 때마다 다음에 만들 수 있는 것의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기한 관리 앱을 만들 때와 지금을 견주면, 아직 초보지만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의 폭이 훨씬 넓어졌습니다. 지금은 앱뿐 아니라 업무 자동화 도구도 몇 개 만들어 두고 씁니다.

끝까지 내보내 봐야 늡니다

교수가 커리큘럼을 어떻게 바꿔야 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15분 4초).

지금보다 조금 더 디자인적인, 문제 정의부터 해서
이상적으로는 그거를 릴리즈해 보는 경험까지
그런 경험들을 더욱더 많이 넣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고요

이 대목에서 웃었습니다. 제 계보에서 아래 갈래가 통째로 거기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club313은 기능이 좋아서 만든 게 아니라 기한 관리 앱을 어떻게 배포하나 알아보다가 나왔습니다. 만들어 놓고 멈췄으면 그 앎은 안 생겼습니다. 배포에서 막혀 봐야 배포를 알게 됩니다.

안 쓰게 된 것도 값을 합니다. 만드는 얘기 바로 앞에서 교수는 「정말 만들어 보고 이런 것들을 버리는 과정 속에서」 안목이 생긴다고 말합니다.

청구범위 비교가 그렇습니다. 지금도 실행은 되는데 제 손이 잘 안 갑니다. 그런데 그 앱이 없었으면 docx2patent도 없었습니다. 제출파일(.fin·.hlz)을 읽을 수 있다는 걸 거기서 알았고, 지금 제일 자주 쓰는 앱 중 하나가 거기서 나왔습니다.

이유식 기록 앱도 만들 때 기대한 만큼 쓰고 있지는 않습니다. 대신 거기서 처음으로 AWS를 썼습니다. 그 경험으로 다음에 뭘 하게 될지가 아직 궁금합니다.

잘 쓰는 앱만 세면 계보가 끊깁니다. 안 쓰는 칸이 다음 칸의 재료였습니다.

그러니 하나 만들어 보시길

같은 대목에서 교수가 비전공자에게 하는 말이 그대로 권유입니다 (17분 19초).

기본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대부분의 문제는 AI로 풀 수 있다고 한번 생각을 해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아주 작은 프로젝트라도
이런 것들을 한번 AI 툴을 이용해서 한번 내가 문제를 풀어보면 어떨까

「아주 작은」에 방점이 있습니다. 저도 처음이 대단한 게 아니었습니다. 엑셀 한 장을 화면으로 바꾼 것이었습니다. 그게 여덟 칸짜리 계보의 첫 칸이 됐습니다.

무엇을 만들 수 있을지 몰라서 못 시작하는 거라면, 순서가 반대입니다. 만들어 봐야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 알게 됩니다.

덧붙임 — 그래프 구석의 작은 글씨

Fig. 1의 원 그림에는 오른쪽 위 구석에 작은 글씨로 Adapted from Kevin Scott (Microsoft CTO) 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Adapted from이 걸려서 따라가 봤습니다.

두 단계 위까지 나왔습니다. 케빈 스콧의 원 발언은 이 격차를 개인이 아니라 조직의 문제로 말하고, 그 앞에 잭 클라크가 더 다른 뜻으로 쓰던 말이 있었습니다. 여기 다 쓰면 이 글이 다른 글이 됩니다. 그래서 다른 글로 썼습니다 — AI 활용 격차, 어떻게 따라갈 것인가.